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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생기념병원 (BONGSENG MEMORIAL HOSPITAL est. 1949) 전문센터/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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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이식센터

신장이식수기

봉생기념병원 신장이식 수술 1000례 기념 ‘희망+나눔 이야기 수기공모전’ 수상작을 소개합니다.

[우수상] 30년 투석생활 그리고 한줄기 빛 - 이향재 님

20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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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피 끓는 젊음이 있었냐고 물으면 1987년 26살 가을까지라고 말하고 싶다. 난 그 나이에 벌써 투석 인생을 맞이해야 했기 때문이다.

투석만 시작하면 두통과 구토 빈혈이 심해서 한발 내디딜 수가 없을 만큼 괴로웠다. 몸은 지칠 대로 지쳤고 마음은 한없이 작아지고 삶의 질은 바닥을 쳤다. 돌 지난 아들이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잠을 잔다. 어떻게 키워야 하나…….젊디젊은 남편에 비해 나는 날이 갈수록 초라해진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삶이 막막하고 어두운 그림자만 내 옆을 맴도는 것 같아 늘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했다. 그런 내게 희망을 준 동생이 있다. 고3 학생의 어린나이에 내게 신장을 주겠단다. 1989년 5월 31일! 여동생의 신장으로 이식을 했지만 거의 실패로 돌아가고 나의 첫 번째 이식수술은 장밋빛 인생을 누릴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신장이식을 성공시키고 발전시킨 것은 고귀한 신장 제공자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다시 투석을 시작하며 단단한 각오가 생겼다.‘나는 위대한 엄마다!’ 내일 내게 종말이 와도 오늘 난 사과나무를 심으리라! 이것이 나의 좌우명이 되었다. 긍정의 힘으로 똘똘 뭉쳐 긍정의 달인이 되고자 했다. 

 

나는 지금도 20년째 갈빗집 운영하고 있다. 물론 가족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월, 수, 금 오전에 투석을 마치면 매일 저녁 5~10시까지 갈빗집을 운영한다. 일은 나에게 희망과 용기와 정신력을 길러주는 에너지였다. 그만큼 현재의 투석 생활은 80년대의 투석 생활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물론 오랜 투석 생활이 내 몸에도 익숙해졌겠지만 고도의 의학기술은 만성콩팥병 연구에도 게을리하지 않은 모양이다. 봉생병원 투석실은 나의 쉼터였다. 늦게까지 장사하고 아침 일찍 투석을 오면 4시간 동안 침대에 누워 잠도 자고 저녁 장사에 반찬은 뭘 만들까 하며 음식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게 된다.

 

우리 집 손님들은 우리 집 음식이 옛날 맛이 난다고 좋아하신다. 김장도 연중행사로 매년 400~500포기 씩 담아서 땅에 묻어서 손님상에 나간다. 손님들께서 맛있게 먹고 간다는 인사가 모든 힘든 시름을 잊게 하는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해지고 삶의 보람을 느끼기까지 한다. 우리 집에 오시는 손님들은 내가 환자라는 걸 모른다. 늘 잘 웃고 긍정적인 아줌마! 인상 좋은 갈빗집 아줌마였으니까.

 

그러던 내게 한줄기 빛이 찾아왔다.

 

2018년 1월 3일 이식센터에서 전화가왔다. 나에게 이식의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조금은 망설였지만 오랜 소원인 이식이 이렇게 갑자기 찾아올 줄은……. 나와 항체가 맞는 뇌사자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 기적 같은 일이 내게 생기다니, 아픈지 30년 투석 25년만이다. 내 인생에 이런 날이 또 올줄 몰랐기에 감동은 몇 십 배였다.

 

나를 포기하지 않고 이식을 끝까지 가능케 해준 봉생병원 의료진분들과 김중경 원장님께 이 자리를 빌려 너무나 감사하단 말을 꼭 전해드리고 싶다.

 

수술실 이식수술 후 이진호 과장님으로부터 “이식 잘 되었습니다. 소변도 잘 나오고요.”라는 이 소리가 천국에서 들리는 희망 메시지처럼 들렸다. 25년 동안 소변이 없던 내게 소변이 나오다니, 너무나 기쁜 마음에 병실 밖에서 기다리던 가족에게도 면목이 섰고 다 같이 안심하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온 것 같아 한없이 기뻤다. 나에게 콩팥을 기증해주신 분께 마음속으로나마 나와 함께 다시 태어나길 빌어본다.

 

봉생병원 이식수술 1000례가 성공했다고 한다. 내가 995번째다. 사실 나처럼 오랜 병마와 싸워 이식의 장애물이 많고 수술 자체가 고난도라서 이식 명단에서 탈락자가 될 만한데 봉생병원 신장내과 김중경 원장님께서 늘 내게 응원과 용기를 주시고 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셔서 이뤄낸 결과이다. 너무나 감사하다.

 

이제 곧 봄이 올 것이다. 내 인생도 피어나는 봄꽃처럼 활짝 피어 새로 태어난 태초의 순수함으로…….나는 더 열심히 삶을 살아갈 것이고 이젠 돌다리도 하나하나 두드려 가며 건널 것이다.

정말 아름다운 봄이 올 것 같다. 창문을 열고 두 팔 벌려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 해당 글은 이향재 님께 원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